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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법] 계약체결과 손해배상, 법은 어떻게 보나

by 풍워리 202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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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1. 서론

 

계약은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성립하는 법률행위이며, 그 성립과 이행에 있어 계약 당사자는 성실성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거래에서 계약이 체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계약이 거의 성립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를 철회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처럼 계약이 성립되기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행위로 인해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법은 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로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Culpa in contrahendo)을 인정합니다.

 

 이 글에서는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개념과 법적 성질, 주요 성립 요건, 그리고 불법행위책임 및 채무불이행 책임과의 차이점, 실무적 적용 사례 등을 중심으로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2. 본론

2.1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개념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이란, 계약 체결 전 또는 체결 과정에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에 대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말합니다.

이는 엄밀히 말해 아직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책임이며, 독일 민법 이론에서 유래되어 대한민국에서도 판례와 학설을 통해 확립되어 왔습니다.


2.2 계약체결상의 보호의무

 계약 교섭 단계에서 당사자는 다음과 같은 신뢰 보호 및 급부에 대한 설명의무를 부담합니다.

  1. 정확한 정보 제공 의무
    • 상대방의 계약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상품의 품질, 가격, 위험성 등)를 고의 또는 과실로 잘못 제공한 경우
  2. 비밀유지의무
    • 계약 교섭 과정에서 알게 된 영업상 비밀 또는 개인정보 등을 부당하게 유출해서는 안 됨
  3. 협상의 계속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
    • 계약 체결을 기대하게 해놓고 부당하게 협상을 중단하거나 파기하는 경우

이러한 보호의무는 단순한 도덕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받는 이익으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의 근거가 됩니다.


2.3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의 성립 요건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합니다.

  1. 계약 체결 교섭의 개시
    • 당사자 간에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이 개시된 사실이 있어야 하며, 단순한 접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2. 보호의무의 존재 및 위반
    • 교섭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보호의무가 존재하고, 그것이 위반되었어야 합니다.
  3. 과실
    • 보호의무 위반에 대해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단, 과실은 일반인의 주의의무에 비추어 판단됩니다.
  4. 손해의 발생 및 인과관계
    •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그 손해가 위반행위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2.4 손해배상책임과 급부의무와의 관계

 보호의무를 위반한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하며, 이는 급부의무의 성격과는 다른 부수적 의무의 위반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더라도 일정한 손해는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예시:

  • 부동산 매매 교섭 중 매도인이 허위정보를 제공해 매수인이 계약을 철회하고 조사비용, 계약금 일부를 잃은 경우 → 매도인은 손해배상 책임을 짐

2.5 불법행위책임 및 채무불이행 책임과의 비교

 구분계약체결상 과실책임불법행위책임채무불이행 책임

성립 시기 계약 체결 전 단계 계약과 무관하게 발생 계약 성립 후 발생
법적 근거 신의성실 원칙 (판례) 민법 제750조 민법 제390조 이하
요건 보호의무 위반, 과실, 손해, 인과관계 위법행위, 과실, 손해, 인과관계 채무 불이행, 손해, 인과관계
책임 범위 신뢰이익 중심 전보이익도 가능 통상손해 및 특별손해 포함

정리:

  •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은 불법행위와 유사하지만, 계약체결이라는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 신뢰 보호의 성격이 강합니다.
  • 채무불이행은 계약 성립 이후 이행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이라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2.6 판례 및 실무 적용 사례

대법원 판례 (1991.12.10. 선고 91다12538)

  • "계약 교섭 단계에서 계약을 체결할 것처럼 상대방을 믿게 해 비용을 들이게 해놓고 아무런 이유 없이 계약을 파기한 경우,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이 성립한다."

실무 사례

  • 기업 간 협상에서 상호 계약 체결을 전제로 기술자료 제공 및 사업 투자까지 한 후 일방이 타 기업과 계약 체결 → 손해배상 청구 인용 사례 다수 존재

3. 결론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은 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의 불성실한 행위나 부주의로 인해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이를 법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책임 제도입니다.

 이 책임은 계약이라는 법률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인정됩니다.

 

 따라서 계약을 협상하거나 체결하려는 당사자는 청약과 승낙 이전 단계부터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부주의하게 계약을 파기하거나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법적 의무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거래 질서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법적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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